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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1. 나는 똥꼬충이 아닙니다

  • I AM NOT
  • 2020년 11월 8일
  • 8분 분량

 


마린 : 안녕하세요. 저희는 다양성위원회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입니다. 저희 팀 ‘혐오를 멈춰조’에서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평소 소수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혐오 표현에 어떻게 노출되어 있는지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자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어요.


A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린 : 인터뷰 시작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좀 부탁드려요.


A : 아, 네. 저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A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강남구에 살고 있구요,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답니다.



마린 : 현재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불편을 겪고 있잖아요. 혹시 인터뷰 참여자님께서는 어떤 부분에서 특히 힘드신가요?


A : 사실 제가 코인노래방에 가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아무리 혼자 간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 걱정도 되고 주위 사람들 눈치도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태국에도 여행을 매년 한 번 씩 가는 편인데 올해는 못 가게 되어서 조금 슬퍼요. 아 하나 더 있다. 그 제가 헬스장에 가는데요. 운동할 때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마스크를 쓰고 하려니까 숨 쉬기가 더 힘들어서 짜증날 때가 많아요 하하.



마린 : 취미 생활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생겼네요. 저도 마스크가 주는 삶의 질 저하가 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같이 서글퍼지네요.


A : 그러니깐요....... 내년에는 끝날는지 모르겠어요.



마린 : 인터뷰 참여자님께서는 본인의 성적 지향을 남성 동성애자로 규정하셨는데, 코로나 이전에 게이바나 게이클럽 같은 곳을 자주 가시는 편이었나요?


A : 네. 한 달에 한 두세 번? 정도 갔던 것 같아요.



마린 : 이번 이태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중들이 이태원 게이 클럽의 영상에서 걸그룹 노래에 맞추어 게이들이 다 같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이 예상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과 달랐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해당 클럽의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 평소에는 일반적인 클럽 노래가 나오다가, 특정 시간에, 그니까 주로 정각이죠. 정각이 되면 걸그룹 노래가 한 네다섯 곡 정도 나와요. 그러면 이제 그 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중앙에 위치한 스테이지에 나와서 걸그룹 댄스를 춰요. 사실 게이 클럽은 이성애자들이 다니는 클럽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다들 조금 소심하고 섬세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관심 있는 상대방이 있어도 먼저 잘 나서지 못하고 부비부비나 신체 접촉 같은 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대개 그냥 노래에 맞춰서 춤만 추다가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마린 : 레즈비언 클럽 역시 이태원에 있나요?


A : 레즈비언 클럽은 홍대 쪽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생각보다 같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게이와 레즈비언 사이의 교류가 잦은 편은 아니에요. 그나마 학교 안의 성소수자 동아리에 가입한 사람들은 접할 기회가 많은데, 그게 아니라면 살면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죠. 그래서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는 게이 혹은 MTF 트렌스젠더와 관련된 사안이고, 레즈비언과는 관련이 없을 거예요.



마린 : 그렇군요. 하루빨리 짜증나는 펜데믹 상황이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제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인터뷰 참여자님께서는 스누라이프나 에브리타임 같은 서울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시나요? 이용하신다면 보통 어떤 기능을 사용하시고, 어떤 목적을 위해서 접속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 아 저는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 모두 다 이용하고 있습니다. 거기 커뮤니티를 자주 보는 건 아니고, 보통 강의평을 확인하거나 과외 자리를 알아보려고 접속하는 편이에요. 물론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베스트 게시물을 가끔씩 확인하는 경우도 있구요. 마린 :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학우들과 캠퍼스에서 대면으로 접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 많이 이용하는 것 같은데, 면담자님은 어떠신가요? A : 사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더 이용하게 된 것 같지는 않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이미 있잖아요? 대신 사람들을 만날 때 홈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장소가 폐쇄적이게 되고, 규모도 조금 작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넷플릭스나 유튜브처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이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린 : 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에서 혐오표현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되셨나요?

A : 네. 마린 : 주로 어떤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을 목격 하셨나요? A : 아무래도 이태원 코로나 사건을 빼놓을 수는 없겠죠? 5월쯤이었는데, 그때 에브리타임이나 스누라이프 외에도 참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가 속한 남성 동성애자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을 보았어요. 마린 : 혹시 그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 일단 지금 바로 기억나는 단어는 똥꼬충이요. (웃음)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에는 성관계를 할 때 항문 성교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비꼬기 위해서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막 똥구멍을 오므리고 펼치는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깔깔거리기도 하고, 아 또 클럽에 못 가서 발정난 자식들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성애자들 사이에서 클럽의 이미지란 원나잇이나 헌팅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나 봐요. 그리고 헤테로 남성의 게이 찜질방 체험기라고 인터넷에 뉴스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어요. 사실 그 시설은 게이들 사이에서도 변태 성욕자들이나 출입하는 정말 질 나쁜 장소거든요? 그런데 그러한 사례들이 마치 게이들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어서 좀 많이 속상했어요. 헤테로섹슈얼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시국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클럽 가는 게이들도 있고, 반대로 조심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게이들도 있는 건데, 게이라는 사실이 뭐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코로나 확진자라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 ‘게이’라는 프레이밍이 방역과 예방에 어떤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가령 미국의 코로나 보도에서는 ‘한인’과 같은 특수한 신분적ㆍ집단적 특징을 굳이 강조하지 않잖아요? 물론 이 담론을 시작한 주체가 국민일보라는 점에서 기자의 낙인의도가 명백하다는 건 보였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언론이 줄줄이 게이 클럽이라는 사실을 특히 강조하더라고요. 마린 : 그런데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커밍아웃에 대한 우려로 자진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동성애자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게이라는 특수성에 주목한 것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비판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은데 이것 또한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컨대 인천 강사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것은 단순히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클럽 간 사실을 숨기고 7차 감염까지 일으킨 그 행위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나요? A : 변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동성애자들이 코로나 검사에 응해서 일어나는 커밍아웃을 우려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고 싶다면, 아직까지도 동성애가 죄악이나 낙인으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 대해 먼저 알아줬으면 해요. 내 성적 지향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그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과연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 그 전제가 당연한지에 대해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 있습니다. 동성애자는 자신들이 커밍아웃을 당하기 싫어하니까 죽어도 검사 안 맡을 거야, 그래서 여기저기 피해를 끼칠거야, 라는 생각은 사실 누군가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겠지만 대개는 편견이잖아요. 검사에 불응하는 사람의 비율을 직접 측정해서 이성애자의 비율과 비교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물론 학원 강사에 대한 비난은 너무나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이 미칠 수 있는 엄청난 파장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어요. 다른 변명을 들어가면서 적어도 자가격리 수칙이라도 제대로 지켰어야 했어요. 하지만 그 한 사람의 사례가 결코 동성애자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린 : 신천지 집단 역시 신도임을 숨기고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신도들도 많았는데, 결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종교인 명부를 당국에 넘겼습니다. 많은 신도들이 이를 종교 탄압으로 해석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를 종교 탄압으로 보는 것은 억지라고 보았는데,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가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태와 유사한 것 아닐까요? A : 음 좀 다르지 않나요? 일단 신천지라는 종교 집단과 성소수자라는 소수 집단 사이에 차이점이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일단 신천지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는 이유는 사회적인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면 포교나 사기 행위가 실패할까봐서잖아요. 그래서 앞에서 맥락을 고려해줘야 한다는 말이 이 사람들에게는 별로 적용이 안 될 거 같고요. 근데 종교 행위와 유흥 행위는 결과적으로 개인의 여가나 취미 생활의 일부니까 비슷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이른바 ‘사이비 커밍아웃’이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는 건 신천지라는 종교가 한 사람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는 거고, 또 그 집단의 포교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성 지향성 커밍아웃’은 그냥 그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기 때문에 두 집단에 대한 사회의 반응 양상도 전혀 다른 것 같아요. 또 사이비 집단을 ‘소수 집단’으로 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사회적인 의사 결정을 할 때 종교 집단의 영향력은 엄청 강한 것 같아서요. 마린 :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는 혐오 표현에서 자유로운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상대적으로 조심하는 편이긴 하지만, 왜 배운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잖아요. 때로는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혐오 표현을 쓰는 것 같은 사람들도 여럿 있어서, 마냥 혐오표현에서 자유롭다고는 말 못할 것 같아요. 마린 : 혐오표현이 실제 행동으로 발현되어 본인에게 신체적ㆍ심리적 피해가 발생했거나 주변에 그런 사례를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A : 비록 한국사회에서 동성애라는 것이 밝히기 어려운 흠결이 되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는 인터넷상을 제외하고 현실 세계에서조차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우선 사람들은 눈에 띄게, 저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요, 여성스럽거나, 혹은 남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어떤 인간을 마주했을 때 기본적으로는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게이들이 스스로의 성적 지향을 굳이 밝히지도 않죠. 근데 저는 청소년기에 같은 반 친구가 놀림을 받는 것을 직접 봤어요. 그 민수(가명)라는 친구의 핸드폰 문자를 같은 반 다른 친구가 우연히 봤는데, 그게 남자였다는 게 밝혀졌거든요. 그 뒤로 민수는 사실상 왕따가 됐죠. 대놓고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걔 주위에 가는 걸 굉장히 꺼려했어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요. 그리고 가끔씩 수업 시간에 동성애와 유사한 주제가 나오면 반에서 소위 양아치라는 친구들이 “야 민수야 너도 남자 좋아하지 않냐?”라는 식으로 툭툭 장난 섞인 모욕을 던지곤 했어요. 민수는 아무 말도 못했고요. 같은 동성애자인 저조차도 왠지 민수랑 가까이 어울려 다니면 나마저도 게이라고 의심받을까봐 방관하고 외면했죠. 물론 절대로 직접적으로 나서서 괴롭히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걔가 말을 걸어도 괜히 퉁명스럽게 반응하거나 선을 긋거나 했어요. 나중에 어플에서 그 친구를 보고 인사하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사과를 건넸던 기억이 있네요. 마린 : 그렇다면 꼭 ‘혐오표현’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거나 그런 사례를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A : 아 저 얼마 전에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어요. 학교 선배 중에 M 회사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던 분이 있어요. 그 선배도 이번에 코로나 사태 때 이태원 인근에 가긴 했었는데, 하필 클럽에 출입했던 애인한테 2차 감염이 된 거예요.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서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 받았는데 그 사이에 회사도 폐쇄되고 회사 내부에서 저 사람 게이라고 소문이 난 거죠. 치료하고 돌아왔더니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내리더래요. 사실상 방출이죠. 이거를 단순히 게이라고 해서 차별받은 사례로 볼 수는 없겠지만, 병자에 대한 차별 행위였음은 분명한 것 같아요. 명백히 병에 대한 징벌적 조치죠. 안 그래도 아픈데 내가 생존을 영위하고 있는 직장에서조차 지원은 못해줄망정 아프다고 해고를 하다니요. 그래서 M 기업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위한 생필품 지원 키트를 기부했다는 올해 초 뉴스 기사를 보고 황당했어요. 정작 사원의 기본권은 외면하면서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에는 신경쓰는구나 하고요. 마린 : 성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이 생성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저는 혐오 표현이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그 근본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원초적인 거부감 또는 불쾌감 뭐 그런 거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내 방식대로 안 사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미워하는 거 아닐까요? 특히 한국 사회는 '나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단 외적인 측면에서도 그래요. 늦게까지 결혼 못하는 노총각 선생님들은 게이라는 소문이 돌고, 연예인들은 다 아름다워야 한다고 조금만 살이 찌거나 그러면 악플이 달리잖아요. 그런데 미국만 봐도 안 그러잖아요. 빌보드 1위를 했던 Lizzo라는 가수는 ‘Body Positive'를 내세우면서 뚱뚱한 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라고 하던데 저는 그게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걸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 설령 어떤 거부감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일단 표출하는 것이 굉장히 무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미국 사회란 그런 곳이구나, 생각했어요. 마린 : 이러한 혐오표현들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을 나누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게 되는 거 같아요. 혐오표현이 일상이 되고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지면서 잘못을 지적하는 척하면서 서로 혐오를 하는 거죠. 그러다보면 어떤 행동을 할 때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자기 주관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는 사회가 되는 거죠. 한편으로 저는 혐오 행위가 일부 사람들에게는 분명 장점이 있을 거라고 봐요. 예컨대 기독교 집단에서 게이들을 혐오하면서 자기가 속한 집단 사이의 결속력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처럼요. 사회가 불안해지면 사회의 구성원들은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드는 경향도 있는 것 같구요. 하지만 그렇게 혐오를 통해 소수 집단을 배척하고 몰아낸다고 해서, 과연 불안이 사라질까요? 저는 오히려 그 집단 안에서 또 다른 구분 짓기가 시작돼서 다시 혐오와 배척이 일어날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래요. 마린 :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범람하는 혐오 표현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혐오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서 나타나는 거잖아요. 저는 사람들이 그 집단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혐오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서울대 사람들 중에서는 박학다식한 사람들이 많지만, 단순히 지식을 갖고 있는 거를 제대로 알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겉으로 드러나는 명백한 사실만이 아니라, 사실과 사실을 연결해주는 맥락까지를 고려해야죠. 그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학내 구성원끼리의 소통의 장이 많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네요. 꼭 거기에 성소수자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저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도에서부터 소수 집단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고 봐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도 인해서 학생들끼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극도로 줄어든 것 같아서 많이 아쉬워요. 마린 : 동성애자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 저는 남성이지만, 소수자라는 독특한 정체성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의 일에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됐어요. 내가 어떠어떠한 부분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받아서 짜증나네. 어라? 근데 혹시 나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혐오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차별을 당해본 사람이 차별에 대해서 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게 되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마린 : 서울대학교 내의 다양성을 도모하는 것이 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 이제 한국 사회도 나와 다른 게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져야죠. 공통점을 중시하면서 그 공통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들을 구별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차이점을 부각시키면서 오히려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게 되잖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좀 더 행복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당연한 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양성을 도모하는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마린 : 마지막으로, 내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있다’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A : 저를 모르는 척 해줬을 때요. 길 가다가 애인과 손을 잡고 간 적이 있는데 그걸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공기처럼 지나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고마워요. 그런 사람들은 아무런 말이나 행동 없이도 존중을 건네주는 사람들이에요. 언제 한 번 신촌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손잡고 있는 이성애자 커플들이 엄청 많은 거예요. 갑자기 저도 억울해서 그 다음에 애인을 만났을 때 일부러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는데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힐긋힐긋 쳐다봤어요. 그 와중에도 한 번 보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 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볼 때 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린 : 네 지금까지 학내 소수자의 혐오표현 경험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A : 아닙니다.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나는 XX이 아닙니다> 프로젝트 첫 번째 주제 '성소수자'와 관련된 컨텐츠는 외전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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