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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2. 나는 짱깨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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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11월 15일
  • 5분 분량

2019년 기준, 서울대학교에는 총 114개국에서 온 2186명의 외국인 학생이 있습니다. 그 중 216명은 학부 재적생, 1053명은 대학원 재적생, 그리고 917명은 교환/방문학생입니다. 917명의 교환/방문학생 중에서 미국에서 온 학생이 119명으로 제일 많고, 독일(108명), 프랑스(89명), 그리고 중국(79명)에서 온 학생도 상당히 많습니다. (출처: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다양성보고서 2019')

이처럼 서울대학교 내에는 적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에서는 아래와 같이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표현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중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발언이 더욱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출신 유학생분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혐오표현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라고 합니다. 학부시절과 석사 시절에도 ▲▲대학교와 ●●대학교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 한국에 있는 대학교를 세 번째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인 중국을 방문하는 것도, 다시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도 번거로웠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A: 지난 학기가 끝나고 1월에 잠깐 중국에 다녀왔어요. 베이징을 경유해서 집에 갔는데, 당시에는 고향 사람들도 코로나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집에만 있었고, 2월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집에만 있었어요. 중국에 갔을 때는 중국에서 코로나가 심했고, 한국에 오니까 여기서 터지더라고요 (웃음). 제 고향에서는 확진자가 3명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연휴 기간 동안 후베이성에서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저희 고향으로 왔다는 소식이 들려서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다 자가격리를 했고, 결국에는 3명밖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Q. 그럼 이제는 서울대학교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까 해요. 본인께서는 스누라이프나 에브리타임 같은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시나요? 이용하신다면 보통 어떤 기능을 사용하시나요?

A. 예전에는 스누라이프 같은 것이 있는 줄 아예 몰랐어요. 친구가 한 번 알바 정보를 알려줬는데, 그것 때문에 처음 접속했던 것 같아요. 에브라타임은 아예 써본 경험이 없어요. 보통은 강의시간이나 강의평을 참고하려고 학부생분들이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저는 박사과정이라 수업이 거의 정해져 있어서 별로 쓸 일이 없었던 것 같네요.

Q.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온라인 상에서 혐오표현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되신 것 같나요? 꼭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정하실 필요는 없고,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뉴스를 포함한 인터넷 전반에서요.

A. 예,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이전에도 한국 뉴스, 특히 댓글란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반박하려고 했는데, 양이 너무 많기도 하고...막상 보면 기분이 너무 안 좋아져서 요즘은 그냥 뉴스를 안 보려고 해요.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할 때는 뉴스를 보는 것이 더 두려웠어요.

Q. 2020년 2월에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었는데요,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학생으로서 이런 정책적 논의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처음에는 엄청 실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된 것도 맞고, 저희 고향 사람들도 우한 사람들이 6000명 넘게 들어왔다는 사실에 무서워했었던 것이 생각나서 감정적인 무서움은 이해가 돼요. 그런데 그것을 ‘중국인입국금지’라고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게다가 만약에 한국에 중국인들이 많이 와서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던 상황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 중국인들이 그렇게 많이 퍼트린 게 아니거든요. 정치인들이 중국 관련 정책을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Q. △△△님께서 속하신 집단이 언어적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었나요?

A. 일방적인 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댓글에서는 맞춤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줄임말을 쓰기 때문에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댓글도 있었어요. 물론 착한 댓글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혐오표현을 직접 접해보신 기억이 있나요?

A. 서울대학교에서는 다행히 혐오표현을 직접 경험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전에 ▲▲대학교에서 어떤 친구랑 여행을 어디갈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친구가 “중국 같은 나라는 안 간다”라고 말을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요. 또 한번은 친구랑 대림동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직원분이 저희가 앉아 있는 상태에서 말도 없이 테이블 두 개를 붙인 일이 있었어요. 그때 친구가 “중국스럽다”라는 말을 해서 불쾌했던 기억이 있네요. 영화나 드라마를 봤을 때도 혐오표현을 접했던 것 같아요. 한 번은 <시동>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짜장면을 ‘짱깨 음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Q. ‘짱깨’가 중국인에 대한 대표적인 혐오표현일 것 같은데요, 일상에서도 많이 접하시나요?

A. 일상생활에서 주변 친구들이 많이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만약에 친구가 아주 친한 사이이고, 악의 없이 ‘짱깨’라는 말을 썼다면 딱히 지적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만약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느껴진다면 지적할 것 같네요.

Q. 한국의 대학교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인데, 그 중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동시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교에서 겪는 고충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보고도 많아지고 있어요. 혹시 서울대학교에 재학하시면서 본인이, 아니면 주변의 중국인 친구들이 경험한 불편했던 일이 있을까요?

A. 서울대는 아니고, ●●대학교에 있었을 때의 일이 생각나네요. 한 번은 한국인 친구들이랑 조별 과제를 하게 됐는데, 한국인 친구들이 “에전에는 중국인들이랑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 싫었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대학교에 친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중국 유학생들이 와서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한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서 한국 친구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더라고요. 특히 한국의 명문대학교에 있는 유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해서 온 친구들이 많은데, 지방에 있는 다른 학교에는 중국에서 대학을 못 가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것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많은 대학들이 한국어능력시험 3급만 통과하면 입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 수준으로는 일상적인 의사소통도 사실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대학교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니까 조별 과제하면서 다른 학생들한테 피해가 가는 것 같아요.

Q. 답변자님께서 혐오표현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 그리고 이러한 혐오표현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을 나누어주실 수 있나요?

A. 일상생활에서 혐오표현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죠. 예전에 ●●대학교에 있었을 때는 한국인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물론 학업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는데, 여러 가지 뉴스를 접하다보니까... ‘내가 왜 이 나라에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에서 공부하기로 한 제 결정에 대해서 조금 의심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국을 떠났을 때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을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살면서 안 좋은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이 훨씬 많은데, 오히려 안 좋은 기억들이 더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중국에도 한국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만약에 제가 한국인이 중국인에 대해서 갖는 편견을 중국에 가서 전하면 악순환만 계속될 것 같아요. 나중에 가능하면,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가깝게 보면 주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길게 보면 아시아권 나라들의 사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중국인들이 한국인에 대해서 갖는 편견을 언급해주셨는데, 몇 가지 조금만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우선, 한국에는 과일이 비싸고 종류가 적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한국인들은 옷과 머리 스타일을 다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올림픽과 같은 체육경기가 있을 때는 한국인들이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편견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답변자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커뮤니티 내에서 혐오표현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제도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옛날보다도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가 발전하는만큼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발전하기 못한 것 같아요. 혐오표현도 일종의 폭력인데, 폭력은 내적인 고통의 외적인 표현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도 내적인 고통이 있는데, 그것을 해소하지 못해서 다른 사람한테 전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아무런 제도적인 제약 없이 타인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 이루어지기 쉽다고 생각해요. 얼마전에도 연예인들이 나쁜 댓글을 보면서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었잖아요. 법 제도에서 인터넷 및 일상생활에서의 혐오표현에 대한 규정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서울대학교 내에서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성을 도모하는 것잊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에서 나온 것처럼 유학생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유학생이 혐오표현을 듣게 되면 상처를 받고 유학생활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 구성원으로서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좋은 경험이나 추억을 많이 쌓으면 그들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이미지나 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제고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 갖고 있는 지식과 견해가 다르니까,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면서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경우에는 경우에는 차별을 모르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심코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계속 불편을 끼칠 수가 있어요. 이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이런 것들이 나중에도 지속될 수 있고요... 그래서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양성을 도모하는 활동을 많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A. 저도 인터뷰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혐오표현이 꼭 언어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표정이나 몸짓에서도 혐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런 작은 것들이 언어보다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차별(差別)’에서 ‘차(差)’는 열등과 우등을 나누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중국어에서도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단순히 다르다는 의미의 ‘별(別)’에 중점을 두어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틀린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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